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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앙겔님 소식에 왠지 옛날 생각이 나버렸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셨다는 글과 함께 자막을 잠정중단 하신다는 글이 올라온것을

보았습니다

사랑은 타이밍! 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확실히 잡으셨으면 좋겠네요

요즘에 제 첫사랑 이야기를 언급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오늘 앙겔님을 보니 다시 한번

떠올라서 왠지 싱숭생숭한 기분입니다

옛 생각이 나서 왠지 적어봅니다 가볍게 읽으셨으면 합니다

자기만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적고 나면 저도 이제 마음속에서

정리를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ps.저는 여자친구 이름을 자주 부르는 스타일입니다만 
실명거론은 문제가 있을 수가 있어서 적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역시 기억을 더듬어 적다보니 조금 축약되거나 기억나는 곳만 적은 곳도
있습니다

그녀를 처음에 본 건 학교 복도에서 였습니다

플룻가방을 들고 총총걸음으로 뛰어가는걸 보고 저도 모르게 가만히 서서

쳐다보았었던 기억이 나네요

설마 2살이나 어린줄은 몰랐지만 그 당시에는 그냥 너무 귀여워보였었기에 앞뒤

생각도 하지 않았죠

애초에 어떻게 만나야 할지 생각도 못하고 있었기에 교문에서 무작정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가 생각해보니 플룻가방을 들고 있던걸 기억하고 음악실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당시 제 학교에서는 방과후에는 특정교실에 모여서 연습도 했었기에 무작정

올라가보니 다행히도(?) 혼자 남아서 뒷정리를 하고 있던 모습이 보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좀 놀란 표정으로 저는 쳐다보면서 어떻게 오셨냐고 묻더군요

뭔가 플룻연습에 동참한 사람으로 착각받은듯 했습니다;;

일단은 숨을 가다듬고 말을 하나하나 꺼내보았습니다

"...저기,,," "저 연습동참은 제가 하는게 아니라서 선배라면 아까 나가셨거든요"

"아뇨 플룻 연습이 아니라 그 쪽한테 볼일이..."

"저한테요?"

"그게...저 아까 복도에서 처음 봤습니다!"

"저도 처음 봤는데요?"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봤습니다"

"예? 저기?"

"저랑 사귀어 주시면 안될까요?"

"아 저 갑자기 그런 말을 해도..."

"평범하고 특출난 것도 없지만 그래도 그 아 그게...그러니까 아 으으"

"푸훗 뭐예요 그게 "

"아니 저기 그 말로는 잘 못하겠지만 아무튼 사귀어주세요!"

왠지 평범하지만 재밌는 첫인상이었다고 나중에는 얘기해주더군요

저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 참 저렇게 말을 못했나 싶었습니다 ㅋ

며칠 시간을 달라고 했었고 그렇게 일주일후 사귀어 주겠다는 당당한 말과 함께

멋진 미소를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는 시원시원한 성격에 제가 질질 끌려다니는 상황이 됐지만 하루하루가 정말

즐거웠습니다

저는 안에서 겉도는 타입이었기에 사실 밖에서 돌아다니는건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같이 가자며 끌고가는 모습이 싫지많은 않아서 결국에는 져주고 따라다니게 됐습니다

그녀의 집안이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런지

플룻으로 상도 많이 탔고 전도유망했던 그녀는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는걸 좋아해서

저에게 청중 역활을 부탁하고 여러가지 곡을 연주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저를 청중으로 앉히고 연주를 하면 옆에서 이상한 가사를 붙히면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최신 가요가사도 붙혀보고 트로트가사도 붙혀보고

그 덕에 태어나서 플룻과 플룻 가방으로도 맞아봤습니다 하하;;;

학생용돈으로는 꿈도 못꿀 음악회도 그녀의 부모님 덕분에 처음 가보기도 했구요
 
특히 신데렐라 변주곡 이라는 곡이 생각이 납니다

제목이 워낙 특이해서 그런것도 있지만 저에게 가장 연주를 많이 해준곡이었기에

가장 기억이 나더군요

애초에 클래식은 문외한이라 열심히 설명해도 들은순간 다 잊어버렸다는 것도 있지만



주변에서도 기대가 컸기에 그녀는 더욱더욱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저는 졸업날짜가 다가왔고 

집안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전처럼 노는것이 아니라 정말 생계를 위해서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고 그녀는 2학년되었습니다

저는 헤어자격증에 검정고시, 일본어 공부 까지 미친듯이 하면서 정신없이 보냈고

점점 만나는 횟수도 줄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색하지 않고 1년을 또다시 숨기면서 만나오다 결국은 그녀쪽에서 크게

화가 났습니다

"다른 여자라도 생긴거야 오빠?"

"무슨 소리야 그럴리가 없잖아"

"그런데 연락하는 횟수도 만나는 횟수도 줄어드는 이유가 뭔데?"

"사실 요즘 집안이 좀 힘든 상황이라서 나도 여러가지도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거야

정말 미안해 조금만 이해해줄 수 없을까? 내가 자리를 잡고 나면 지금까지 못만난만큼

잔뜩 데이트하자? 알았지?"

"...힘들면 말을 해야 알잖아 왜 그런 일을 혼자서 힘들어하면서 숨긴거야 바보야!"

뭐랄까 숨겼다는것에 대해서 엄청나게 혼났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다투고 만나는 시간은 줄었지만 저는 그녀를 위해서 열심히 했습니다

왠지 어느순간부터 저에게는 삶의 목적과도 같이 되버린듯 했습니다

그리고 3학년이 되어 졸업식이 몇달남지 않은 날에 저에게 말을 꺼냈습니다

"오빠 나 플룻을 전문적으로 전공하려고 이번에 외국으로 유학갈꺼 같아"

"유학?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한국에서는 사실 장래가 보이지 않고 역시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와야 한국에서도

인정을 받는다는 현실도 알았으니까"

"말 한마디도 없다가 갑자기 그게...대체"

"그 쪽에 친척분이 계시니까 신세를 지면서 학교를 다니려고 해"

"...미안 내가 나중에 연락할께 지금 조금 혼란스럽다"

뭐랄까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습니다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부터 즐거웠던 기억들 다 끄집어내는 궁상을 떨면서

왠지 울었습니다

그녀를 위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렇게 일방적으로 유학이라니 갑자기

사랑스럽게 보였던 모습이 일그러지고 싫어졌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연락한다는 말은 그녀가 졸업하고 유학가기 며칠전 지키게됐습니다

그동안 계속 저에게 문자와 전화를 했고

자신을 기다려 줄 수 없겠냐는 말과 나는 오빠랑 헤어질 생각은 해본적도 없었다는 말

어디 아픈건 아닌지 밥은 잘 먹는지...

날마다 하루도 빠지지않고 연락을 해주던 그녀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리고 그녀가 웃는모습과 플룻으로 성공할것을 진심으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던, 그런데 유학간다는 한마디에 그녀를 싫어하게된 제 자신이

정말 끔찍히 싫어서 결국 피하고 피했지만 결국은 이렇게 끌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한 저는 그녀에게 연락해서 근처의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오빠 기다렸어?"

"아니 별로 괜찮아 잠깐 걸어도 괜찮아?"

"응"

막상 그녀를 보면 무슨 소리를 해버릴지 몰라서 걱정을 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기쁘기도 하고 머리속이 정리되는듯 했습니다

"나 이제 머리속이 좀 정리가 된거 같아"

"응..."

"나는 네가 정말 잘됐으면 좋겠으니까 네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아"

"..."

"나한테 무슨 소리를 해도 좋아 때려도 좋아 내가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내가 헤어지자

말을 꺼내는 것도 정말 우스운 일이지만 미안해"

"나는 오빠가 내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네가 유학간다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네 미소도 플룻연주도 네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조차도 전부 흔드리고 정말 아무것도 아닌듯이 싫어지는데!

그리고 너 유학가서 내가 한국에 있는데 정말 다른 생각없이 공부에만 전념 할 수

있어? 내가 연락을 안받는 동안에도 날마다 이렇게 연락하면서 네 공부에 전념하지도

못하잖아!"

"그건 오빠가 걱정되니까! 그리고 유학간다고 오빠가 떨어져있다고 해도 나는 열심히

할 수 있어,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거 오빠를 위해서 노력한다는 건데 왜 몰라주는

건데!"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도 있어 그리고 나는 지금 너를 위해서 어떤 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괴로워 알아? 그리고 나는 지금 내가 사는것 하나만

으로도 미칠듯이 버겁고 힘들어!"

"...오빠..."

"미안하다 말이 심했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더이상 서로 상처주기 전에 헤어지자"

"...그래 오빠 마음에 그렇게 확고하다면 나도 더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그래...정말 미안하다 정말..."

"...오빠 항상 나 힘들면 머리 쓰다듬어 줬잖아 마지막으로 한번만...나 힘낼테니까

다녀와서 다시 오빠가 나 돌아보게 만들어줄테니까"

항상 그녀가 우울하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괜찮아 괜찮아 라며 안아주었던 정말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쓰다듬으면 환하게 웃으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왠지 눈물이 났습니다

"...웃어야지 언제나 처럼 그래야 편하게 보내줄꺼 아냐"

"오빠도 웃으면서 좋아했었잖아 왜 울고 그래 정말..."

그리고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 각자의 집으로 발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친하던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가기 하루 전날 이별파티를 했는데 당연히 왔어야할 제가 안왔기에 연락을 했다더군요
별말없이 헤어졌다는 소리와 함께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후로 이사를 가고 전화번호도 바꿔버리면서 그녀와 같이 알던 친구들과는 연락을

끊었습니다

소식을 들으면 기쁘겠지만 미련이 남을까봐 무서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그녀를 좋아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위사람들과 친구들이 너는 여친 안사귀냐 라는 말을 꺼내면 아직도 조금은

그녀를 떠올리며 망설이고 미룬다는 말을 반복하니까요



글이 길어졌습니다

그녀를 떠올리면 이 노래가 자꾸 떠오르더군요 직접 불러준 적도 같이 들은적도 없었

는데 말이죠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떠든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한번 정리를 하고나니 한편으로 마음이 홀가분하네요

오늘은 술이나 한잔 해야겠습니다